촉산검협전 · 제7회

음적을 사로잡느라 시가항을 크게 뒤흔들고 외길에서 마주쳐 꾀로 팔지승에 맞서다

擒淫贼 大闹施家巷 逢狭路 智敌八指僧

이 무후사(武侯祠)로 말하면 촉(蜀) 땅에서 이름난 고적이라, 벽에는 명사들이 지어 남긴 시가 매우 많았다. 주순(周淳)은 잠시 둘러보다가 발길 닿는 대로 망강루(望江樓)로 걸어가, 술 한 병에 안주 몇 가지를 시켜 놓고 홀로 먹고 마셨다.

문득 층계가 울리더니 한 사람이 올라왔다. 무생(武生) 공자 차림에 얼굴은 관옥 같아 매우 준수하였으나, 다만 온 얼굴에 바르지 못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머리에는 수놓은 남빛 공단 장사모(壯士帽)를 쓰고, 귀밑머리 곁에는 통초(通草)로 만든 사발만 한 분홍 모란 한 송이를 하늘하늘 비스듬히 꽂았다. 그 또한 혼자서 술과 안주를 시켰으되 제대로 먹고 마시지도 않고, 두 눈으로 누각 아래만 뚫어져라 내려다볼 뿐이었다.

주순은 한참을 보다가 몹시 이상하여 저도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알고 보니 강가에 큰 배 한 척이 매여 있고 배 위에는 여자 식구가 여럿인데, 그 가운데 매우 아름답게 생긴 여자 하나가 막 배에서 내려 가마에 오르는 참이었다. 무생 공자는 그것을 보자 얼른 은자 한 덩이를 던져 술값을 치르고 급한 걸음으로 누각을 내려갔다. 주순은 이자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님을 알아보고, 저도 술값을 치르고 뒤를 밟아 나섰다.

그런데 문득 앞쪽에 도인 하나가 등에 크고 붉은 호로를 지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바로 지난날 아미산(峨眉山)에서 만났던 그 취도인(醉道人)이 아닌가. 저 음적을 쫓자니, 가까스로 만난 기인을 어찌 눈앞에서 놓치랴. 그렇다고 버려 두고 쫓지 않자니, 제 욕심만 너무 무겁게 여겨 협의의 본분을 저버리는 일이 된다.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 발 빠르기로 이름난 성도(成都)의 가마꾼들은 벌써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달아나 버렸고, 무생 공자도 자취가 없었다.

하릴없이 주순은 가만히 그 도인을 따라 걸었다. 도인은 주순이 뒤따르는 줄을 모르는 듯 앞에서 느릿느릿 걸어갔다. 주순은 속으로 기뻐하며 이번에는 결코 쉽게 놓치지 않으리라 하고 도인의 뒤만 바싹 따랐다. 도인은 들판 쪽으로만 가는데, 주순이 아무리 쫓아도 거리는 늘 열 장에서 스무 장 남짓,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나중에는 주순도 다급해져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앞에 가시는 도사 어른, 잠시 걸음을 멈추어 주십시오. 제자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뜻밖에도 도인은 주순의 말을 듣더니 갈수록 걸음이 빨라졌다. 주순에게 몸을 가볍게 하는 공부가 있다 한들 따라잡을 생각조차 못 할 지경이라, 눈 깜짝할 사이에 도인은 자취도 보이지 않았다. 주순은 도인이 저를 만나 주지 않으려는 줄 알고, 하릴없이 고개를 떨구고 풀이 죽어 객점 방으로 돌아왔다.

정경(定更)이 지나 막 잠자리에 들려는데, 문득 산들바람이 한 줄기 스치더니 난데없이 탁자 위에 종이쪽지 한 장이 놓였다. 주순이 얼른 몸을 날려 밖으로 나가 보니, 하늘에는 별만 밝고 사방은 온통 고요하였다. 멀리 깊은 골목 안에서 개 짖는 소리만 희미하게 한 차례 들릴 뿐이었다.

방으로 돌아와 쪽지를 보니 큰 글자 셋이 적혀 있었다. 「시가항(施家巷)」. 붓에 힘이 넘치고 먹이 넉넉하며 신채가 날아오르는 글씨였다. 몹시 낯익어 어디선가 본 듯한데, 당장은 아무리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 시가항은 모두 큰 부잣집들인데,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 다시 생각하였다.

'혹시 거기에 무슨 일이 생겼는데, 글을 보낸 사람이 혼자 힘으로 버티기 어려워 나더러 와서 도우라고 부르는 것은 아닐까? 그렇든 아니든 우선 거기 가 보고 나서 따지자.'

그리하여 늘 지니던 병기를 잘 챙겨 차고 문을 단단히 닫은 뒤, 창으로 몸을 날려 나가 지붕과 용마루를 뛰어넘으며 길을 갔다. 한창 가는데 문득 검은 그림자 하나가 나는 듯이 앞으로 내달렸다. 그림자는 시가항에 막 이르자 갑자기 사라졌다.

'시가항은 거리가 몹시 긴데, 어느 집부터 가란 말인가? 에라, 모르겠다.'

주순은 우선 첫째 집 지붕에 올라 보았으나 쥐 죽은 듯 고요하여 아무 기척이 없었다. 다시 셋째 집으로 가니 커다란 저택인데, 문득 누각 위에 아직 등불이 켜져 있는 것이 보였다. 급히 그리로 뛰어 건너가 창 안을 들여다본 주순은, 저도 모르게 성이 나서 머리털이 관을 찌를 듯 곤두섰다.

방 안에는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자 하나가 실오라기 하나 없이 벗겨져 긴 걸상에 묶인 채 이미 까무러쳐 있었다. 낮에 본 그 무생 공자가 마침 띠를 풀고 옷을 벗으며 그 여자를 욕보이려는 참이었다. 주순은 저도 모르게 호통을 쳤다.

"이 음적 놈! 감히 양갓집 여자를 욕보이려 들다니. 어서 나와 내 손에 죽지 못하겠느냐!"

도적이 듣고 맞받았다.

"어떤 놈이 간도 크게 이 어르신의 좋은 일을 깨뜨리느냐?"

말을 마치자 등불을 한입에 불어 끄고 방문을 열더니, 먼저 의자 하나를 밖으로 내던졌다. 주순이 검으로 그것을 한쪽으로 쳐 내고 그가 나와 싸우기를 기다리는데, 문득 머리 뒤에서 바람 소리가 났다. 누가 몰래 치는 줄 알고,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비스듬히 앞으로 몸을 날려 뛰어나갔다. 도적이 잇달아 칼을 내리쳤다. 주순은 급히 받아 맞섰다.

알고 보니 이 도적은 몹시 교활하여, 먼저 의자를 내던져 놓고 저는 창으로 날아 나와 주순을 몰래 치려 한 것이었다. 주순이 큰 적을 오래 겪어 온 사람이 아니었던들 벌써 독수에 당하였으리라.

주순은 음적과 열 몇 합을 싸우다가, 그 몸놀림과 칼 쓰는 법이 몹시 눈에 익음을 느끼고 소리쳤다.

"음적아, 너는 누구의 문하냐? 이름은 무엇이냐? 이름이나 대고 죽음을 받아라. 이 운중비학(雲中飛鶴)의 검 아래에는 이름 없는 귀신이 죽는 법이 없다."

도적은 이 말을 듣더니 미친 듯이 웃어 젖혔다.

"네가 바로 주삼(周三)이렷다? 우리 사부(師父)께서는 네가 성도에 오지 않으리라고만 여기셨는데, 제 발로 죽으러 올 줄 누가 알았겠느냐. 이 어르신은 팔지선(八指禪) 묘통(妙通), 속가 이름으로는 다비웅(多臂熊) 모태(毛太)라 하는 분의 제자, 신행무영(神行無影) 분모란(粉牡丹) 장량(張亮)이 바로 이 몸이다."

주순은 원수가 왔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모태가 도우러 오면 맞수가 못 될까 두려워, 평생의 절기를 다 펼쳐 온몸 위아래로 한 덩이 검꽃을 춤추어 도적을 꽁꽁 에워쌌다. 장량이 무예가 높고 굳세다 하나 끝내 주순의 맞수는 아니었다.

마침 이 집 주인은 성이 왕씨로, 그 또한 무예를 익힌 집 사람이었다. 죽이라고 외치는 소리에 놀라 깨어 처음에는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고, 그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좋은 사람이리라 짐작은 하였으나 누가 좋고 누가 나쁜지 가릴 길이 없는지라, 제 방문만 단단히 지킬 뿐 감히 나서서 돕지 못하였다. 그러다 도적이 이름 대는 것을 듣고서야 바르고 그른 쪽을 가려내고, 집안사람들을 거느리고 나와 도왔다.

도적은 형세가 글렀음을 보고 틈을 타 몸을 솟구쳐 담 위로 뛰어올랐다. 주순이 호령하였다.

"어디로 달아나느냐!"

사람과 검이 함께 날아올랐다. 단 한 번 휘두르니 음적의 두 발이 잘려 나갔다. 음적은 거꾸로 곤두박질쳐 떨어져 아픔에 까무러쳤다. 사람들이 얼른 그를 묶고는, 주순을 안으로 청해 앉히고 구해 준 은덕에 절하며 사례하였다. 주순이 일렀다.

"이 도적을 붙잡기는 했으나, 그대들은 절대로 소문을 내서는 아니 되오. 이자에게는 모태라는 스승이 있는데, 이미 수련하여 검선(劍仙)이 되었소. 그가 알게 되면 그대들 온 집안의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오."

그 집 주인은 이름이 왕승수(王承修)였는데, 주순의 말에 크게 놀라 도와 달라고 청하였다. 주순이 대답했다.

"나도 그자의 맞수가 못 되오. 다만 당장 그가 알지 못하게만 하면, 며칠 더 기다리는 사이에 그를 거두어 굴복시킬 사람이 올 것이오. 그러니 그대들은 당분간 소문을 내지 마시오.

내일 아침 일찍 이자를 가죽 궤짝에 넣어 가만히 먼저 관아에 가서 고하고, 은밀히 옥에 가두어 두게 하시오. 모태를 붙잡은 뒤에 다시 처결하면 될 것이오. 나를 여기 붙들어 두어 보았자 이로울 것은 없고 화만 있으니 더욱 좋지 않소."

왕승수는 붙잡아 둘 수 없음을 알고 그가 이르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잠시 접어 둔다.

주순은 왔던 길 그대로 가만히 객점 방으로 돌아왔다. 오늘 밤 의로운 일 한 가지를 하기는 하였으나, 뜻하지 않게 모태와 원한을 한 겹 더 깊이 맺고 만 터였다. 호로를 진 취도인이 큰 도움이 될 사람임을 뻔히 알건만, 야속하게도 또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마음이 밀물처럼 어지러워 밤새 편히 잠들지 못하였다.

이튿날이 되자 객점에서 점심을 먹고는 성안 곳곳을 구경하며 취도인이 머무는 곳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여러 날을 이었으나 끝내 자취를 볼 수 없었다.

하루는 발길 닿는 대로 성을 나가 어느 숲속으로 들어섰는데, 문득 푸른 그늘 사이로 흰 담 한 귀퉁이가 은은히 드러나 보이는지라 절 한 채가 있음을 알았다. 마침 목이 좀 마르던 터라, 곧장 들어가 구경도 하고 물 한 잔 얻어 마실 생각으로 그 절 문 쪽으로 걸어갔다.

절 문에서 멀지 않은 곳까지 막 갔을 때였다. 문득 큰길에서 말방울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먼지가 이는 곳에 말 탄 사람 여남은이 나는 듯이 절 문을 향해 곧장 달려왔다. 주순은 본디 꼼꼼한 사람이라 몸을 한쪽으로 비켜 숨겼다. 말 위의 무리는 열서넛쯤, 하나는 도가 차림이고 나머지는 모두 속가 차림인데 생김새가 몹시 흉악하였다. 저마다 몸에 보따리를 지고 있었으니, 모두 병기를 감춘 듯하였다.

처음에는 절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무리가 절 앞에 이르자, 앞장선 키가 훤칠한 사내가 채찍 끝을 휘둘러 절 문을 대고 잇달아 세 번 쳤다. 얼마 안 있어 문이 활짝 열렸다. 여남은 기는 사람이며 말이며 한마디 말도 없이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무리가 다 들어가자 절 문은 전처럼 굳게 닫히고, 사람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해졌다.

주순은 이 무리가 결코 좋은 자들이 아님을 알았다. 다만 이 절은 성에서 멀지 않으니 도적 떼를 숨겨 둘 리가 없을 듯도 하여, 끝까지 살펴볼 양으로 그 절 문 앞으로 걸어갔다. 절은 매우 크고 장엄하게 지어져 있었고, 문 위의 편액에는 「칙건자운선사(敕建慈雲禪寺)」라는 큼직한 금 글자 여섯이 적혀 있었다.

'자운사(慈雲寺)는 성도에서 이름난 총림(叢林)이라고 오래전부터 들었다. 절의 방장(方丈) 지통(智通) 화상은 계율이 엄하고 중들의 청규도 매우 좋다는데, 어째서 이런 도적 떼와 오간단 말인가? 지나가는 향객이라 하기에는 형편이 또 좀 맞지 않는다.'

구경 온 척 절에 들어가 끝까지 살펴보려던 참에, 문득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마른 흙덩이 하나가 주순의 얼굴에 정통으로 떨어졌다. 주순은 크게 놀라 급히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사람은커녕 참새 한 마리 없었다. 이 흙덩이가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 길이 없었다. 속으로 몹시 놀랍고 이상하였으나, 끝내 호기심이 성한 데다 재주가 높으면 담도 크다는 것을 믿고서, 그대로 나아가 문을 두드리려 하였다.

막 손을 들어 올리는데 문득 머리 뒤에서 바람이 일었다. 이번에는 아까처럼 방심하지 않았다. 급히 고개를 숙이니,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진 것은 역시 마른 흙덩이였다. 흙덩이가 날아온 쪽을 급히 보니, 스무 장 남짓 떨어진 곳에서 사람 그림자 하나가 숲속으로 어른거리더니 곧 보이지 않았다. 주순은 저도 모르게 화가 나서 절에 들어가려던 생각을 버리고 나는 듯한 걸음으로 숲속으로 쫓아갔다. 그 사람을 찾아내어, 까닭도 없이 어찌하여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장난을 치느냐고 물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숲속에 들어가 사방을 뒤져도 자취라고는 털끝만큼도 없었다. 막 쫓기를 그만두려는데 또 마른 흙덩이 하나가 날아왔다. 주순은 이때 벌써 열두 푼의 마음을 쓰고 있던 터라, 흙덩이를 피하는 한편 눈을 똑바로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앞에 있는 그 사람은 매우 마르고 작은 몸집으로, 숲 밖을 향해 나는 듯이 달리고 있었다. 주순은 화가 치밀어 발을 빼어 쫓았다.

그 사람은 몸놀림이 참으로 빨라 발에 먼지도 묻지 않았다. 주순에게 하루에 천 리를 가는 걸음이 있다 한들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하나는 달아나고 하나는 쫓아,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십여 리 길이었다. 주순은 쫓으면서 생각하였다.

'나는 이 사람과 평생 본 적도 없는데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나를 놀리는가? 원수라면 나는 절 문 앞에서 이미 그의 암습에 당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의 걸음과 몸놀림으로 보아 무예가 결코 나보다 아래일 리 없다. 그런 이가 나를 이 사람 없는 거친 들로 끌어낸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크게 깨닫고, 걸음을 멈추고 소리쳤다.

"앞에 가시는 존형(尊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 주순의 말 한마디를 들어 주시오."

목이 터져라 외쳐도 그 사람은 도무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나무 한 그루 앞에 멈춰 서는 것이 보였다. 주순은 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앞으로 쫓아갔다. 얼마 안 되는 거리까지 막 다가갔을 때, 그 사람은 갑자기 또 발을 빼어 달아나는데, 별이 달리고 번개가 치는 듯하여 눈 몇 번 깜박이는 사이에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주순이 나무 앞으로 다가가니 문득 땅에 종이 꾸러미 하나가 있었다. 주워서 펴 보니 단환(丹丸) 두 알이요, 위에는 작은 글씨 한 줄로 「남겨 두었다가 뒷날 쓰라, 온갖 독이 침범하지 못한다」는 여덟 글자가 적혀 있었다. 주순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손 가는 대로 품에 넣었다. 이 일로 그 절이 좋은 곳이 아니며, 이 사람이 일부러 저를 끌어내어 위험에서 벗어나게 한 것임을 더욱 알게 되었다. 외손바닥으로는 소리를 낼 수 없음을 저도 아는지라, 당분간은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어 맥없이 돌아가는 길로 걸었다.

사오 리도 채 못 갔을 때, 문득 길가의 큰 나무 한 그루에 커다란 종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아까 여기를 지날 때는 이 종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 종은 적게 잡아도 육칠백 근은 될 터인데, 이 사람이 뛰어올라 이 종을 걸어 놓으려면 삼사천 근의 힘이 없고서야 어떻게 해낼 수 있겠는가?'

다시 보니 그 종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인가 한 채가 있었다. 그리로 걸어가 똑똑히 물어보려 하였는데, 뜻밖에 그 집 문 앞에 막 이르자 울며 살려 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주순은 타고나기를 의협의 간담을 지닌 사람이라, 저도 모르게 집 뒤로 돌아가 몸을 날려 올라가 보았다. 보고는 그만 놀라서 가슴이 떨리고 간담이 부서지는 듯하였다.

이 회에 나온 인물과 용어

제7회까지 읽은 분께 보여 드리는 만큼만 적었어요. 뒤의 이야기는 담지 않았어요.

인물

주순 周淳 주랑 · 운중비학
본이름은 주랑, 별호는 운중비학이다. 제로삼영의 한 사람으로 육합검을 쓴다. 지난날 모태의 손가락 둘을 자른 일로 원한을 샀다. 딸 경운은 황산의 찬하대사 밑에 있다.
모태 毛太 묘통 · 다비웅
속가 이름은 모태, 별호는 다비웅이다. 닥치는 대로 빼앗고 죽이던 강도였는데, 주순에게 손가락 둘을 잃은 뒤 출가해 비검을 닦았다. 주순에게 원수를 갚으려고 찾아다닌다.
취도인 醉道人
누더기 차림에 붉은 호리병을 지고 다니는 도인이다. 술을 몹시 좋아하고, 이백 리 길을 금세 오갈 만큼 걸음이 빠르다.
장량 張亮
무생 차림을 한 준수한 젊은이다. 귀밑에 분홍 모란을 꽂고 다닌다.
왕승수 王承修
성도 시가항에 사는 집주인이다. 무예를 익힌 집안 사람이다.
지통 智通
성도 자운사의 방장이다. 계율이 엄하다고 알려져 있다.

곳

사천 四川
촉 땅이다. 명나라 말의 난리로 비었다가 이웃 성의 백성을 옮겨 와 되살아났다.
아미산 峨眉山
사천의 명승이다. 절과 도관이 수백에 이른다. 이녕 부녀와 주순이 인적 닿지 않는 뒷산의 석굴에 숨어 산다.
성도 成都
사천의 큰 고을이다. 성 안팎에 암자와 도관이 늘어서고 옛 자취가 많다.
무후사 武侯祠
성도 남문 밖에 있는 사당이다.
망강루 望江樓
성도 강가의 누각 술집이다.
시가항 施家巷
성도의 큰 부잣집들이 늘어선 긴 골목이다.
자운사 慈雲寺
성도 성 밖 숲속에 있는 크고 장엄한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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