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산검협전 · 제3회

운중학은 깊은 산에서 지난 인연을 이야기하고 다비웅은 강을 가로막다 협사를 만나다

云中鹤深山话前因 多臂熊截江逢侠士

한편 주순(周淳)은 연아(燕兒)의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아슬아슬했구나! 참으로 아슬아슬했어! 연아야, 네 배짱도 어지간히 크구나. 내가 늘 이르지 않았느냐. 강호(江湖)에서 가장 건드리기 어려운 것이 중과 도사와 거지, 그리고 혼자 다니는 여자라고. 이런 사람이 홀몸으로 다니는 것을 만나거든 무엇보다 조심해야 하느니라. 다행히 누가 너를 일깨워 주어 함부로 굴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던들 네 그 작은 목숨은 벌써 저승의 죽음의 성(死城)으로 보내졌을 게다."

이녕(李寧)이 말했다.

"편지에 적힌 말은 나도 잘 모르겠네. 자네가 중과 원수를 맺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어디 한번 말해 보게. 나도 좀 들어 보세."

"형님은 그 중이 누구인 줄 아십니까? 바로 십 년 전 강남(江南)에 이름을 떨치던 다비웅(多臂熊) 모태(毛太)입니다!"

이녕은 그 말에 저도 모르게 크게 놀랐다.

"그자라면 실로 좀 처리하기 어렵겠구먼."

"애초에 이 아우가 한때 방심하여 풀을 베면서 뿌리를 뽑지 않은 탓에 지금의 화근을 남긴 것입니다. 가엾게도 이제 겨우 몸 붙일 곳을 얻었거늘 또 쫓겨 다니며 달아나야 하다니, 참으로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녕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이었다. 영경(英瓊)과 연아 두 아이는 갓 난 송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격이라, 둘 다 속으로 승복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연아는 감히 입을 열지 못하였다. 영경은 화가 나서 고운 얼굴이 새빨개져 가지고 말했다.

"세숙(世叔)께서는 스스로의 위풍은 너무 꺾으시고 남의 기세만 돋워 주십니다! 그자가 하늘에 닿도록 사납다 한들 한 사람일 뿐이고, 지금 우리는 넷이나 여기 있는데 무엇이 두렵습니까? 어찌 쫓겨 다니며 달아나기까지 해야 한단 말씀입니까?"

주순이 말했다.

"현질녀(賢姪女), 네가 어찌 알겠느냐. 여러 해 전의 일이라, 네 아버지도 이 일을 알기는 하나 또렷이 기억하지는 못할 게다. 내 그때 일을 이야기해 줄 터이니, 너희 젊은 사람들 견문도 좀 넓혀 두거라.

십몇 년 전, 나와 네 아버지, 그리고 네 양 숙부는 북쪽 다섯 성(北五省)에서 실로 이름을 크게 날렸느니라. 네 아버지는 검법(劍法)이 가장 높았고, 온갖 암기(暗器)까지 쓸 줄 알아 던지는 것도 받는 것도 다 능하였기에 강호 사람들이 '통비신원(通臂神猿)'이라는 별호를 붙여 주었다. 네 양 숙부는 박도(朴刀) 한 자루와 사슬 표창(鏈子鏢) 한 줄을 썼으니, 사람들이 '신도(神刀) 양달(楊達)'이라 불렀다. 그때 우리 세 사람은 정이 골육과 같아 무예를 익히는 것도 늘 한자리에서 하였다. 이 숙부는 네 아버지가 몸을 가볍게 하는 공부(輕身功夫)를 닦는 것을 보고, 내 나름으로 색다른 궁리를 내어 흰 비단으로 날개 같은 것을 둘 만들어 팔에 감았다. 백여 장이나 되는 높은 산이라도 이 비단 두 폭으로 바람의 힘을 빌려 뛰어오르면 조금도 거칠 것이 없었지. 영웅과 협객은 일을 하는 데 광명정대해야 한다고 여겨 나는 밤길을 다닐 때도 늘 흰옷을 입었고, 그래서 사람들이 내게 별호를 하나 주어 '운중비학(雲中飛鶴)'이라 불렀다. 또 우리 셋을 일러 '제로삼영(齊魯三英)'이라고도 하였다. 우리 삼 형제는 오로지 의협을 행하고 의로움을 받드는 일만 하였다.

그해는 마침 장·이(張李)가 반란을 일으킨 때였다. 내게 좋은 벗이 하나 있었으니 장사꾼이었다. 섬서(陝西)에서 양주(揚州)로 돌아가는데 길이 평안하지 못하다 하여 내게 호송을 청하니, 이야 물론 의리상 사양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데 길을 가던 중에 뜻밖의 소문이 들려왔다. 남쪽에 홀로 다니는 강도 하나가 나타났는데 이름이 다비웅 모태라는 것이다. 녹림(綠林)의 규칙은 이러하다. 길에서 벌잇감을 만나거나 남의 집에 들어 훔치고 빼앗을 때, 당하는 쪽이 맞서지 않거나 원한이 없기만 하면 결코 쉽게 사람을 죽이려 들지 않고, 부녀자를 간음하는 것은 더욱 크게 꺼린다. 그런데 이 모태란 자는 마음이 모질고 손이 매워, 어디를 가든 다 빼앗고 나면 닭이나 개 한 마리 남기지 않고 죽였고, 얼굴 고운 여자를 만나면 더더욱 먼저 욕보이고 나서 죽였다. 그 말을 들었으니 내 자연히 더욱 마음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남경(南京) 북쪽에 이르러 객점(客店)에서 요기를 하던 때였다. 난데없이 종자가 명첩(名帖) 한 장을 들여왔는데, 성도 이름도 없이 사람 같은 곰 한 마리만 그려져 있고 손이 여덟 개나 더 달려 있더구나. 나는 곧 모태가 왔음을 알았다. 만나지 않을 수 없는지라, 몸에 지닌 병기를 빈틈없이 챙겨 놓고 그를 들라 청하였다. 틀림없이 성가신 일이 많으리라 여겼지. 막상 얼굴을 마주해 보니 과연 생김새가 몹시 흉악하였으나, 병기는 지니고 있지 않았다. 이윽고 온 뜻을 밝히는데, 알고 보니 내 이름을 흠모하여 나와 의형제를 맺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 아무리 못났기로 어찌 음적(淫賊)과 결의를 하겠느냐? 나는 아주 완곡한 말로 사절하였다. 그는 굳이 고집하지 않고, 앞으로 서로 돌보아 주자느니 하는 녹림에서 늘 하는 의리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고는 제풀에 작별을 고하였다.

눈여겨 그의 발걸음을 보니 과연 공부가 깊었는데, 주색이 지나친 탓인지 정신이 조금 약하였다. 문 앞까지 배웅하는데, 마침 바람이 한바탕 지나가며 객점 문짝 하나를 반쯤 닫히게 불어 놓았다. 그는 무심한 듯이 그 문을 한 번 쓰다듬었다. 그 속뜻이야 뻔히 내 앞에서 재주를 뽐내려는 것이었다. 나는 그와 얽히기가 귀찮아 일부러 모르는 척하였다. 그는 내가 정말 모르는 줄로만 알고, 짐짓 고개를 돌려 객점 주인에게 말하더구나.

'자네들 문이 이리 튼튼하지 못하니 도둑이 들지 않게 조심하게나.'

그러면서 문을 한 번 흔들었다. 그러자 그의 손이 쓰다듬고 간 자리에서 나무 부스러기가 우수수 떨어져 내리며 손가락 자국 다섯이 드러났다. 그리 뽐내는 꼴을 보니 나는 참으로 부아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 그를 객점 밖으로 배웅하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맞은편 지붕 위에 기와 두 장이 바람에 불려 반쯤 처마 밑으로 드러나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하였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저 기와 두 장이 또 바람에 불려 떨어지면,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다가는 맞아서 다치지 않겠소?'

그러면서 혼원기(混元氣)를 조금 써서, 입을 벌려 그 기와 두 장을 향해 가래 한 덩이를 뱉어 보냈다. 기와는 산산조각이 나서 땅에 떨어졌다. 그제야 그는 마음으로나 입으로나 승복하여 내게 말했다.

'제로삼영이 과연 헛이름이 아니구려. 그대와 나는 뒷날 다시 만날 때가 있을 터이니, 부디 방금 말한 의리를 잊지 마시오.'

나는 그때 그 말을 마음에 두지도 않았다.

"그가 간 뒤 우리는 양주로 갈 배를 빌려 놓고 짐과 가솔을 모두 옮겨 실었다. 우리 배는 벼슬에서 물러난 관원 한 집이 세낸 큰 강배 한 척에 바짝 붙어 있었다. 밤 삼경(三更) 무렵, 문득 여자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는 그 지방이 그리 평온하지 못한 터라 나는 늘 옷을 입은 채로 잤고, 몸에 지니는 병기도 다 곁에 두고 있었다. 곧바로 선창에서 뛰쳐나와 귀를 기울이고 자세히 살피니, 울음소리는 바로 옆 배에서 나고 있었다. 일이 났음을 알고, 한순간 의기에 북받쳐 얼른 그리로 뛰어 건너갔다. 배 위에는 사람들이 온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선창 틈에 엎드려 들여다보니, 모태가 손에 번쩍번쩍하는 강철 칼 한 자루를 쥐고 섰고, 선창 안에는 얼굴 고운 여자 하나가 묶여 있는데, 윗옷은 이미 벗겨지고 분하고 다급한 나머지 벌써 까무러쳐 있었다.

그놈이 막 그 여자의 속옷을 벗기려는 참이라, 나는 그만 노기가 하늘을 찔러 당장 금표(金鏢) 한 자루를 꺼내 그놈에게 던졌다. 그놈도 본디 공부가 있는 놈이었다. 표창이 막 뒤통수에 닿으려는 찰나 몸을 한쪽으로 틀더니 그대로 손에 받아 쥐었다. 한입에 등불을 불어 끄고는 내 표창을 먼저 선창 밖으로 던져 냈다. 뒤이어 몸을 날려 나와서는 나와 맞섰다. 평생 익힌 무예를 다 펼쳤으나 겨우 비기는 데 그쳤다. 우리 배에 지키는 사람이 없으니, 그에게 남은 패거리라도 있어 일이 잘못될까 걱정이 되었다. 수십 합을 싸운 끝에 나는 육합검(六合劍)의 천운나월(穿雲拿月)이라는 절초를 써서 한 검을 찔러 넣었다. 그는 미처 막지 못하였고, 손가락 둘이 잘려 나갔다.

이런 음적은 마땅히 죽여 뒷근심을 없애야 도리에 맞는 일이었다. 괘씸하게도 그는 스스로 당해 내지 못할 줄 알고, 그 자리에서 칼을 내던지며 말하였다.

'벗이여, 낮에 한 말을 잊었소? 이제 내가 그대를 당하지 못하니, 죽이려거든 죽이시오.'

그때 한순간 마음이 약해진 것이 내 잘못이었다. 그 한 몸 무예가 아깝기도 하였고, 그의 사부(師父) 화안금사(火眼金獅) 등명(鄧明)의 낯을 보기도 하였고, 낮에 내게 미리 인사를 건넨 일도 있어, 그때 그를 죽이지 않았다. 이제부터 마음을 씻고 낯을 고치겠노라 무거운 맹세를 세우게 하고는, 너무도 쉽게 놓아 주고 말았다. 다행히 그날 밤 그는 사람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고, 점혈법(點穴法)으로 사람들을 짚어 쓰러뜨려 놓았을 뿐이었다. 나는 그 사람들을 하나하나 풀어 구해 주고 내 배로 돌아왔다.

그는 그때부터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오대산(五臺山) 금신나한(金身羅漢) 법원(法元)을 사부로 모시고 비검(飛劍) 한 자루를 단련해 냈으니, 십 리 밖에서 사람의 목을 벤다. 이미 신검합일(身劍合一)에 이르렀고, 입만 열면 지난날의 원수를 갚겠다고 벼른다. 그를 당하지 못할 줄 스스로 알기에, 나는 하는 수 없이 내 딸 경운(輕雲)을 데리고 사천(四川)으로 피해 온 것이다. 우리가 무예가 아무리 좋다 한들 어찌 검선(劍仙)과 맞서 싸우겠느냐?"

이야기가 한창인데 문득 공중에서 학 울음소리 한 가닥이 구름 하늘에 사무치도록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이야기에 넋을 잃고 듣느라 마음에 두지 않았다. 주순만이 그 소리를 듣고 얼른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가 잠시 뒤에 돌아왔다. 연아가 물었다.

"방금 학 울음소리가 한 번 났는데, 선생님께서는 왜 급히 쫓아 나가셨습니까?"

주순이 대답했다.

"네가 어찌 알겠느냐. 이 동굴은 아미(峨眉)에서 가장 높은 산굴이라 구름과 안개가 늘 산허리를 휘감고 있어, 여느 나는 새는 결코 날아 넘지 못한다. 학 소리가 우리 머리 위에서 나기에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나가 보니 뜻밖에 자취도 그림자도 없구나. 참으로 희한한 일이로다."

영경이 물었다.

"주 세숙 말씀대로라면, 모태가 그토록 대단하니 세숙께서는 달아나 피하는 것 말고는 쓸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

주순이 말했다.

"그놈이 검술은 높고 강하다 하나, 어디까지나 마음보가 바르지 못하여 더없이 높은 경지까지는 닦지 못한다. 검선 가운데 그보다 센 이가 얼마든지 있느니라. 내 딸 경운의 사부이신 황산(黃山) 찬하대사(餐霞大師)만 놓고 말해도 그는 맞수가 못 된다. 다만 황산이 예서 몹시 멀고 땅도 넓어 당장은 찾을 길이 없으니, 그저 말이나 해 볼 따름이다."

이녕이 말했다.

"현제(賢弟)가 늘 그자를 피해 다니기만 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세. 아무래도 꾀를 하나 내야 하겠네."

주순이 받았다.

"누가 아니랍니까. 이 아우는 연아의 어머니와 의논하여 마상(馬湘)에게 아침저녁으로 많이 돌보아 달라 부탁하고, 연아를 곁에 데리고서, 그자가 저를 불러내기를 기다릴 것 없이 제가 먼저 그자를 찾아가 검을 겨룰 날짜를 정해 두려 합니다. 잠시 적을 늦추는 계책으로 삼는 것이지요. 그런 다음 그 기한 안에 황산에서 찬하대사를 찾아 그자와 맞서 주십사 청하려는 것인데, 낯이 좀 깎이기는 하나 그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녕은 듣고 역시 그러하다 여겨, 주순과 함께 가겠다고 나섰다. 주순이 말했다.

"이번 길은 무력을 쓰러 가는 것이 아니니 사람이 많으면 도리어 일을 그르칩니다. 따님의 날마다 하는 공부가 한창 나아가는 때이니 묵혀서는 아니 되고, 그 아이 혼자 산에 떼어 두는 것도 마땅치 않습니다. 형님께서는 아무래도 가지 않으시는 편이 옳겠습니다."

의논이 다 정해지자, 주순은 이씨 부녀와 작별하고 연아와 함께 곧장 산 아래로 걸어 내려갔다. 때는 이미 가을 끝 겨울 첫머리라, 가을바람은 얼굴을 치고 나뭇잎은 다 떨어졌다. 스승과 제자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 반나절 만에 아미산 아래에 이르렀다. 문득 보니 산기슭에 도인(道人) 하나가 누워 있었다. 홑옷 한 벌만 걸쳐 차림이 몹시 남루한데, 곁에는 술을 담는 붉은 칠을 한 큰 호리병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도인은 크게 취하여 한창 깊이 잠든 참이었다. 연아가 말했다.

"선생님, 이 도인 좀 보십시오. 이 지경으로 궁한데도 이렇게 술을 탐하니, 정말 술귀신이라 할 만합니다."

주순이 타일렀다.

"너 같은 어린것이 무엇을 안다고! 우리의 이 좋은 신주(神州) 땅이 오랑캐의 손에 망하였으니, 뜻 있는 사람으로서 몸을 굽혀 원수를 섬기려 하지 않고 풍진 속에 파묻혀 지내는 이가 얼마든지 있느니라. 저리 얽매임 없이 영락해 있다 하여 우리 같은 무리의 사람이 아닌 줄 어찌 알겠느냐. 다만 이리 찬 날씨에 여기 취해 쓰러져 있으니 풍한이 들지 않을 수 없겠구나. 나도 반나절을 걸었더니 배가 좀 고프다. 내가 깨워서 함께 가 밥이나 좀 먹고, 은자도 조금 주어 향화의 인연이나 조금 맺자꾸나."

말을 마치고 다가가 도인 곁에서 가만가만 두어 번 불렀다.

"도사 어른, 좀 깨어나시지요."

손으로 두어 번 밀어도 보았다. 도인은 더욱더 우레같이 코를 골 뿐, 불러도 깨어나지 않았다. 주순이 보니 도인은 얼굴이 더럽고 손톱 틈에 때가 가득 끼었으나, 그 두 팔뚝만은 옥처럼 희고 맑았다. 그리하여 더욱 보통 사람이 아니리라 짐작하였다. 연아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가 급한 데다 밀어도 불러도 깨어나지 않으니, 하는 수 없이 옷 보따리에서 반쯤 새것인 호추(湖縐) 솜두루마기 한 벌을 꺼내 그의 몸에 덮어 주었다. 떠날 때 다시 두어 번 밀어 보았으나 도인은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연아와 함께 가까운 밥집에 들러 술과 밥을 되는대로 조금 먹고 총총히 길에 올랐다.

사람 없는 곳에 이르자, 스승과 제자 두 사람은 땅 위를 나는 듯이 달리는 걸음(陸地飛行)을 펼쳐 오아취(烏鴉嘴)로 향하였다. 두 시진(時辰)도 채 걸리지 않아 벌써 마을이 멀지 않았다. 주순은 연아의 어머니가 몹시 어질어, 이번에 가면 틀림없이 각별한 대접을 받게 될 줄 알았으나, 그이를 수고롭게 하는 것이 마음에 편치 않았다. 게다가 날도 이미 늦은지라 밥을 먹고 나서 갈 생각으로, 연아와 함께 어느 술밥집에 들어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이 술밥집은 이름이 지미루(知味樓)인데, 새로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음식 솜씨가 썩 좋아 술을 마시는 손님이 매우 많았다. 스승과 제자 두 사람은 돌아갈 마음이 화살 같아 곁의 사람들을 눈여겨보지도 않고, 술집 심부름꾼의 안내로 별실로 향하였다. 그때 연아의 눈에 문득 물건 하나가 띄었는데, 몹시 눈에 익은 것이었다. 저도 모르게 크게 놀라 얼른 주순을 불러 와서 보라고 하였다. 뒷일이 어찌 되는지 알고 싶거든 다음 회의 풀이를 보라.

이 회에 나온 인물과 용어

제3회까지 읽은 분께 보여 드리는 만큼만 적었어요. 뒤의 이야기는 담지 않았어요.

인물

영경 英瓊 경아
이녕의 외동딸이다. 열두세 살쯤이고 눈썹에 붉은 점이 둘 있다. 총명하고 성미가 급하며 타고난 힘이 세다. 아미산 뒷산에서 아버지에게 내공을 배우고 있다.
이녕 李寧
영경의 아버지다. 제로삼영의 한 사람으로, 검법이 주순보다 뛰어나다. 딸과 함께 아미산 뒷산에 숨어 살기로 했다.
주순 周淳 주랑
본이름은 주랑이고 제로삼영의 한 사람이다. 딸 경운을 황산의 찬하대사에게 제자로 보냈고, 어린 제자 조연아에게 육합검을 가르친다.
양달 楊達
제로삼영의 한 사람이다. 명나라가 망한 뒤 원수의 모함으로 해를 입었다고 한다.
조연아 趙燕兒 연아
주순의 어린 제자다. 명나라 한림학사의 아들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육합검과 표창을 익혔다.
경운 輕雲
주순의 외동딸이다. 영경과 꼭 닮았다고 한다. 선골을 타고났다 하여 황산의 찬하대사가 제자로 데려갔다.
찬하대사 餐霞大師
황산에 사는 이름난 검선이다. 늙은 여도사로, 주순의 딸 경운을 제자로 데려갔다.
마상 馬湘
주순이 길에서 구해 준 가난한 선비다. 주순의 글방을 넘겨받은 새 훈장이다.
묘통 妙通
오대산에서 왔다고 하는 중이다. 생김새가 흉악하고 오른손 손가락이 셋뿐이며, 무거운 쇠목탁을 지고 다닌다.
등명 鄧明 화안금사
모태의 사부다. 별호는 화안금사다.
법원 法元 금신나한
오대산의 중이다. 별호는 금신나한이다.

문파와 무리

제로삼영 齊魯三英
이녕 · 양달 · 주순 세 사람을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북쪽 여러 성에서 이름을 떨쳤다.

곳

사천 四川
촉 땅이다. 명나라 말의 난리로 비었다가 이웃 성의 백성을 옮겨 와 되살아났다.
아미산 峨眉山
사천의 명승이다. 절과 도관이 수백에 이른다. 이녕 부녀와 주순이 인적 닿지 않는 뒷산의 석굴에 숨어 산다.
오아취 烏鴉嘴
마을과 저자가 있는 강가다. 이녕의 배가 닿은 곳이다.
황산 黃山
검선 찬하대사가 사는 산이다.
오대산 五臺山
묘통이 자기가 온 곳이라고 밝힌 산이다.
성도 成都
사천의 큰 고을이다.
지미루 知味樓
새로 연 술밥집이다. 음식 솜씨가 좋아 손님이 많다.
섬서 陝西
사천에 가까운 성이다. 이곳 백성을 사천으로 옮겨 보냈다.
강남 江南
십 년 전 모태가 이름을 떨친 곳이다.

술법과 무공

육합검 六合劍
주순이 쓰는 한 벌의 검술이다.
천운나월 穿雲拿月
육합검에서 가장 뛰어난 한 수다. 지는 가운데서 이기는 수다.
점혈법 點穴法
혈을 짚어 사람을 꼼짝 못 하게 하는 법이다.
신검합일 身劍合一
몸과 검이 하나가 되는 경지다. 비검을 닦아 이르며, 멀리서도 사람의 목을 벤다고 한다.
혼원기 混元氣
기운을 부려 쓰는 공부의 이름이다.
땅 위를 나는 듯이 달리는 걸음 陸地飛行
땅 위를 나는 듯이 빠르게 달리는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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